수도권 23만호+α 공급, 유리 및 창호 산업에 공급 확대 신호탄?
-공공택지, 재개발, 재건축, 민간주택 동시 활성화, 건축용 유리와 창호 수요 회복 기대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주택사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경기와 함께 유리 및 창호 산업에도 중장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급 시차를 줄이고 공공택지와 도심 공급을 동시에 확대하는 한편, 민간 주택공급에 대한 금융,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 생태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주택 공급량 확대를 넘어 공공택지의 조기 착공,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저이용 부지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민간 공급에 대해서도 금융지원 강화와 일반주택 공급 생태계 정상화, 한시적 부담 완화 등이 추진된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건축자재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특히 건축용 유리와 창호는 주택 공급량뿐 아니라 창호 성능, 에너지효율, 안전성, 디자인 등에 따라 수요 구조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후방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축용 유리 및 창호 시장은 신규 주택 착공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특히 로이유리를 적용한 복층유리, 강화유리, 창호 등 주택 건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제품들은 신규 분양 및 착공 물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대책이 계획대로 실행돼 실제 착공 물량이 증가한다면 유리, 창호 업계에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3만호 공급 발표는 당장 유리와 창호의 수요 증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택지 지정과 사업계획, 인허가, 착공, 골조공사, 창호 및 유리 발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의 산업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기대감과 신규 프로젝트 발굴 증가로 나타나고, 실제 유리 및 창호 출하량 증가는 착공과 공정 진행 속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급 시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기존 공급대책과 다른 부분이다.
복층유리 시장, 물량 경쟁에서 성능 경쟁으로 변화
주택 공급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복층유리다. 아파트와 공동주택에 복층유리는 기본 사양으로 신규 주택 착공 증가는 일정 기간 후 복층유리 생산 및 가공 물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향후 시장을 단순히 유리 물량 증가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단순한 공급 확대에서 부담 가능한 주거 선택지 확대와 주거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고, 에너지 절감과 건축물 성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반 투명 복층유리 중심의 시장보다는 △로이복층유리 △더블 로이유리 △고성능 삼중(사중)유리 △경량다중복층유리 △아르곤가스 주입 △고성능 단열간봉 등으로 제품의 고도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택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가와 원가 부담을 고려하면서도 에너지 성능과 상품성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리 사양을 찾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PVC 창호 일변도에서 고성능 창호 경쟁 심화
창호시장 역시 공급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규 공동주택뿐 아니라 재개발 및 재건축,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사업이 활성화되면 창호 발주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실제로 재개발 및 재건축 속도 제고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확대, 소규모 정비사업 지원 등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창호업체들이 단순히 공급 물량 증가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는 열관류율, 기밀성, 결로 방지, 차음, 내풍압, 수밀성능 등 창호의 종합적인 성능 경쟁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고성능 유리와 창호를 결합한 시스템 창호 시장이 확대될 경우 유리 제조업체와 창호업체 간의 기술 협력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화유리, 접합유리도 주택 고급화와 함께 성장 가능성 높아
주택 공급 확대는 복층유리뿐 아니라 강화유리와 접합유리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동주택의 발코니, 난간, 출입구, 커튼월 및 상업 및 복합시설 등에 안전유리 적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급 주거상품에서는 대형 유리와 다양한 기능성 유리의 적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고급화, 차별화된 외관과 상품성을 갖춘 주거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형 강화유리, 저철분유리, 접합유리, 컬러유리, 디지털 프린팅 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시장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
금융지원 확대, 건설사와 유리 및 창호업체의 연쇄 효과 기대
이번 대책에서 유리 및 창호 업계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 PF 및 건설업계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건설경기 침체로 유리 및 창호업체들이 겪었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단순한 물량 감소뿐 아니라 공사 지연, 발주 연기, 대금 회수 지연, 과도한 단가 경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 정상화는 업계의 경영환경 개선에도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물량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은 아니다.
유리 및 창호 업계가 이번 대책을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 물량은 증가할 수 있지만, 건설사 간 원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재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력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공동주택 사업에서는 유리와 창호가 대량으로 발주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소규모 가공업체는 단순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고성능 로이유리 △삼중유리 △특수규격 △대형유리 △강화유리 △접합유리 등 차별화된 제품군을 확보해야 생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설비 투자도 다시 움직일까?
주택 착공이 실제로 증가한다면 유리 가공업체들의 설비 투자도 일정한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복층유리 분야에서는 특규 점보 사이즈 및 TPS 복층라인이 주목받을 수 있고, 강화유리 분야에서는 대형 강화로와 더블, 트리플 로이유리를 안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강화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건비 상승과 숙련인력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자동 적재, 이송 시스템과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생산정보관리 시스템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하자 및 불량률 최소화가 설비투자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향후 유리업계의 설비투자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보다는 인력 투입을 줄이면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생산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중심 회복, 지역 업체에는 양극화 가능성
이번 대책의 핵심은 수도권 공급 확대다. 따라서 수도권에 생산거점을 둔 유리 및 창호업체나 수도권 건설현장과 거래하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 확대 효과를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다른 흐름을 보일 수 있어 전국 모든 유리 및 창호업체가 동일한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향후 시장은 전국 동반 회복보다는 수도권 선행 회복에서 일부 광역권 확산 및 지방시장 선별 회복이라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3만호+α, 유리 및 창호 산업에는 새로운 전환점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은 단순히 23만호라는 숫자에 있지 않다. 공공택지 확대와 도심 공급 확대,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 민간 주택공급 지원, PF 금융 정상화, 신속한 인허가와 공급 점검체계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실제 정책이 착공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하기 위해 범정부 주택 신속공급 점검체계도 가동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을 당장 물량이 늘어나는 정책이라기보다 향후 2~5년간 건축용 유리와 창호 시장의 공급 기반을 다시 만들어가는 정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 회복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의 관심은 곧바로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에서 어떤 성능의 주택을 공급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유리업계는 단순 복층유리 생산량 확대에 머물지 않고 고성능 로이유리, 삼중유리, 안전유리, 방화유리, 대형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
창호업계 역시 고단열, 고기밀 창호와 시스템 창호, 유리와 창호가 결합된 고성능 외피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번 23만호+α 정책의 진짜 수혜 여부는 주택 공급량보다 유리 및 창호 업계가 향후 시장의 질적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은옥 기자]

